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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유일의 제로웨이스트샵, 에르마나스 이너피스

작성자 B-pickers(ip:)

작성일 2022-04-22 09:41:10

조회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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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제로 웨이스트 '평생 챌린저'를 꿈꾸는,

에르마나스 이너피스 윤소라 대표



강원도 원주의 유일한 제로 웨이스트샵을 운영하는 프로 투잡러. 아직 제로 웨이스트 새내기지만 평생 챌린지로 ‘제로 웨이스트’를 목표 삼아 삶에서 열심히 실천 중이다. 내가 써보고 좋은 제품을 남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으로 작은 제로 웨이스트샵을 열었다. 사운드 디자이너와 제로 웨이스트샵 오너. 두 가지 역할 모두 잘 해내긴 아직 벅차지만, 가늘고 길게 꾸준히 가겠다는 목표로 오늘도 정진 중이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원주 명륜동 작은 골목에서 제로 웨이스트&세제 소분샵 ‘에르마나스 이너피스’를 운영 중인 윤소라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샵은 어떻게 열게 되셨어요?


전에는 방송 쪽, 음향 관련된 일을 했어요. ‘사운드 디자이너’라고 예능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효과음을 만드는 일이에요. 지금은 프리랜서로 전향해 현재 투잡으로 하고 있고요. 이 일을 한 지도 벌써 10년이 됐네요. 그래서 주말에는 일하러 서울에 가고 있어요.

학창시절을 원주에서 다 보내고 서울에서 10년쯤 살았어요. 원주에 다시 온 지는 3년 정도 됐고요. 처음에는 캔들 공방으로 운영을 했는데, 사실 공방도 수익을 내기 위한 공방은 아니었고, 취미처럼 시작했어요. 한 1년 정도는 친구들 불러서 놀기도 하고, 캔들 만들고 싶을 때 만들고 작업실처럼 썼었죠.

원래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많아서 독일이나 태국의 제로 웨이스트를 관심 있게 보고 있던 차에, 우리나라에도 제로 웨이스트가 붐처럼 막 시작하는 분위기더라고요. 제로 웨이스트 제품들을 구매하고는 싶은데, 원주에는 매장이 없고 매장은 다 서울 쪽에 있고 택배로 시키면 쓰레기도 많이 나오고 하니까 ‘그럼 내가 몇 가지만 내가 써보고 좋은 걸 들여놔 볼까?’ 하는 마음으로 공방 한쪽에 작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원주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일단 일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컸어요. 아무래도 방송 쪽 일은 일이 끝나는 게 없어요. 출퇴근이 정해져 있지 않았던 것이 제일 힘들었고요. 그러다가 ‘더는 못 버티겠다’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는 내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 몸을 혹사하면서까지도 시간을 갖고 그랬거든요. 아침 루틴이, 새벽에 일어나서 수영하러 갔다가 출근해서 일하다가 한강에 가서 자전거 타고 운동하고 다시 들어와서 일하고,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나중엔 그마저도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온몸이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고, 기계처럼 눈뜨고 회사 나가고 그런 생활의 반복이었죠.

사실 서울엔 재미있는 게 많으니까. 혼자 산다고 외롭거나 그런 힘듦은 없었어요. 그런데 몸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가족이 필요하더라고요. 당시에 남편은 원주에서, 저는 서울에서 1년 정도 주말부부를 하고 있었거든요. 가족한테 얻을 수 있는 안정과 즐거움이 필요해서 쉬러 내려왔는데 이렇게 쉬지 못하고 또 일을 벌이고 있네요. (웃음)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예전에 우연히 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혀있던 영상을 봤던 적이 있어요. 그 이미지가 저에겐 굉장히 충격이었거든요. 잔상처럼 남아있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 빨대는 잘 안 쓰게 됐고, 그게 아마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서울에 살 때, 그 동네는 쓰레기를 분리수거 안 하고 문밖에 놓아두곤 했는데, 현관 입구에 쓰레기가 엉망진창으로 쌓여있고, 여름이면 벌레가 우글우글하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아,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었고요.

그리고 생리대 얘기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사람이 평생 쓰는 생리대가 11,000개 정도 된대요. 그런데 사용한 생리대가 다시 흙이 되기까지 500년 600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죽어도 그게 여기저기 남아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싫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이것부터 바꿔볼까?’ 하면서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게 되었죠.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에코 습관들을 소개해 주신다면?


일단 첫 시작은 화장실에서 쓰는 플라스틱을 다 제거해 보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일단 칫솔을 제일 먼저 바꿨고, 샴푸랑 린스를 샴푸 바랑 린스 바로 대체 했고, 폼 클렌저도 아직 남아있는 건 버릴 수 없으니 화장을 한 경우에만 쓰고요. 대부분은 올인원 비누로 대체해서 쓰고 있어요. 샤워 타월도 면이나 삼베 소재로 바꿨고요.

또, 주방용품 중에서는 세제 대신 소프넛을 쓰고 있는데, 설거지를 하기에도 좋고요, 행주를 빨거나 과일 씻기도 좋아요. 천연성분이다 보니 잔류 세제 걱정이 없어서 편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비닐봉지를 많이 줄였어요. 비닐 대신 실리콘 봉투를 쓰고 플라스틱 용기도 많이 없앴고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플라스틱이랑 일회용품들을 버릴 수는 없어서, 조금씩 바꿔가고 있어요. 그런데 이미 삶에 너무 많이 들어와 있고,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금방 바꾸기는 어려워요. 아직도 급하면 손이 먼저 가더라고요. 차차 바꾸어나가고 있어요.







에르마나스 이너피스에서 하는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에르마나스 이너피스는 제로 웨이스트 제품과 세제 소분샵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제로 웨이스트 즉, 쓰레기가 최소로 발생할 수 있는 제품들을 가져다 놓고 판매하고 있어요. 생활용품, 청소용품, 주방용품 위주의 제품들이고, 무포장이라 봉투가 제공되지 않아서 기부해 주시는 종이가방이나 제가 집에서 가져온 종이가방을 포장에 쓰고 있죠. 

그리고 친환경 세제를 소분해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빈 용기를 가지고 오시면 채워드리거나, 비치되어 있는 용기를 이용하셔도 되고요.


요즘은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으고 있는데요. 서울 환경연합의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플라스틱 병뚜껑을 세척 및 분리해서 저희에게 가져다주시면 그걸 모아서 플라스틱 방앗간으로 보내고, 거기서는 병뚜껑을 녹이고 압출해서 다양한 굿즈로 제작해서 판매하고, 제품의 판매 수익은 다시 환경에 환원하는 시스템이에요. 지금 저희 매장에 입고된 건 독서링인데, 책 볼 때 엄지손가락에 끼고 보면 굉장히 편해요. 예쁘기도 하고요. 또, 등산할 때 쓰는 고리나, 비누 받침, 치약 짜개를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또 ‘용기 내 챌린지’도 실천하고 있는데, 사실 이건 무슨 거창한 프로젝트라기보다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한 가벼운 캠페인이에요. 용기(容器)를 들고 가서 내밀 수 있는 용기(勇氣)를 내보자는 중의적인 의미죠. 휴대 가능한 용기를 들고 다니면서 비닐봉지 대신 사용하는 캠페인이에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횡성군 갑천면에 있는 갑천중학교라는 선생님 포함 전교생이 16명인 작은 학교에 출강을 갔어요. 전교생 16명을 대상으로 클래스를 진행했었죠. 그 학교 과학 선생님께서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있으셔서 적극적으로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샴푸 바, 린스 바, 친환경 바디워시 만들기 클래스를 진행했는데, 까불까불하던 아이들이 실제 클래스를 시작하자 예상외로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임하더라고요. 환경에 대해 질문하기도 하고요, 아이들은 좀 더 금방 흡수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희망적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원주의 제로 웨이스트 추세는 어떤가요?


세계적으로 기후 재앙이 시작되었다고 하고, 환경 위기에 대해 자각하는 분위기잖아요. 얼마 전 기사에서 지구가 지구 온난화에 대비해 스스로 구름을 만들어서 온도를 낮추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봤어요.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제로 웨이스트 붐’이 많이 일어난 상태에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국에 제로 웨이스트샵이 5~60개 정도였는데, 이제는 거의 100개에 육박한다고 해요.

그렇지만 대부분 서울·경기권에 집중되어 있죠. 강원권에서는 강릉의 ‘내일 상회’, 춘천의 ‘요선당’ 그리고 원주의 ‘에르마나스 이너피스’, 3개밖에 없거든요. 


사실 상업적으로 본다면 경쟁업체가 적은 게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로 웨이스트샵은 아무래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이다 보니, 지역별로 운영자끼리 커뮤니티도 있고, 좀 더 연대하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같은 지역에 있는 매장끼리 서로 응원해 주고, 연합해서 클래스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그런 연대가 부러워요. ‘너무 불모지에서 시작하는 건 아닐까, 나 혼자 해낼 수 있을까?’ 사실 자기 전에 ‘일이 너무 커졌는데,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고요. (웃음)


원주의 상황을 이야기해 보자면, 특히 원주는 문화 사업 쪽으로 초점이 맞춰진 것 같고, 정책도 그렇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환경적인 부분에 대한 정책은 이제 막 시작인 것 같아서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작돼서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고요. 다른 지역의 예를 들자면, 카페나 식당들과 협업해서 환경 캠페인을 확장하는 도시들도 있거든요. 

그래도 다행히 원주에서도 차차 시작되는 분위기라서 좋아요. 원주 연세대에도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하는 곳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이피 커피나 카페 포우어 같은 공간도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고요.

또, 얼마 전에 들은 소식은 원주에서도 ‘인공지능 재활용 회수 로봇*’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캔 이나 페트병을 투입하면 포인트로 지급되는 거죠.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내 손안에 분리배출*’이라는 앱에서 전국의 아이스팩 수거함 있는 도시들을 볼 수 있는데 강원도는 아직 한 군데도 없거든요. 그래서 원주시 국민신문고에 ‘아이스팩 수거함’을 설치해달라고 민원을 넣은 적이 있어요. 저와 같은 민원을 제기하신 다른 분들도 꽤 계시더라고요.

요즘 아이스팩을 수거함을 곳곳에 설치하고 수거하여 전통시장으로 보내거나 재사용하는 지자체들이 많거든요. 원주시청에 민원을 넣어봤더니 ‘수요가 없고, 모아도 감당이 안 된다. 지금은 만들 계획이 없다.’라는 답변을 받았어요. 그래서 한 번 더 다른 지역을 보면 긍정적 사례가 있는데 참고해서 진행해 볼 생각은 없으신지 물었는데 그 뒤로는 답변이 안 오더라고요. (웃음)



* 인공지능 재활용 회수 로봇 | 캔과 투명 페트병을 투입하면 스스로 인식해 분류하고 압축·보관하며, 다른 물질은 반환한다. 내용물을 비우고 라벨 제거 후 투입구에 넣으면 캔·투명 페트병 하나당 10점씩 포인트가 적립된다. 1인당 하루 100개까지 투입 가능하며, 적립된 포인트는 2,000점 이상부터 수퍼빈 홈페이지(www.superbin.co.kr)에서 1점당 1원으로 환산해 환급받을 수 있다. (출처 : 원주신문 http://www.iwjnews.com)


* 내 손안에 분리배출 | 국민 누구나 손쉽게 분리수거를 실천할 수 있도록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분리수거 핵심 방법, 품목별 분리배출 방법 등을 상세히 안내한다. (출처 : 내 손안의 분리배출 |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원주에서 살아가면서 느낀 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도시화를 해서 좋은 것도 있겠지만, 도시 자체의 특성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해요. 서울에서 본가에 올 때면 운전하면서 터널을 지날 때마다 바뀌는 풍경에 설렜는데, 그 풍경이 이제는 아파트 숲으로 바뀌면서 원주의 특색이 없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곳곳에 녹지 공간이 많았는데, 한 번씩 내려올 때마다 뒷동산이 하나씩 없어지고. 택지로 개발하면서 점점 사라지더라고요. 반면, 개발로 인해 타 도시에서 이주하는 분이 많아지면서 좀 더 다양성이 생기고 이주민과 기존 지역 사람들이 잘 섞여가는 것 같아서 좋은 부분도 있어요.


그래도 저는 예전의 중앙시장 분위기가 참 좋았거든요. 요즘은 무분별하게 택지를 개발하다 보니 사람들이 다 분산되고, 특히 원주는 택지와 택지 사이가 걷기에는 멀고, 대중 교통망은 불편하게 만들어져서 자동차가 많잖아요. 지금에 와서 바꾼다고 한들, 시민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동차를 줄이지는 않을 거고요. 그런 개발 중심의 정책이 좀 안타깝죠.







공간을 운영하면서 좋았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어오시면서 “여기 뭐야?” 하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렇게 오셨다가 “이런 게 다 있네!” 하면서 놀라서 신기해하시는 분들, 반면에 “이렇게까지 해야 해?”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제품들이 가격대가 있다 보니까 “뭐가 이렇게 비싸요?”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설명이 강요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니 그 부분이 좀 어려워요. 또 정련*이나 제품을 길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제품들이 많아서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소독도 해야 하고, 썩지 않게 방부처리가 안 된 제품들이다 보니 습기에 취약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번거로울 수 있어요. 이런 부분에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도 계셔서 그게 어려워요. 혹시라도 제가 그 얘기를 해서 제로 웨이스트 제품에 관심이 덜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도 되고요.


반면에 저도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어린아이들의 반응이 흥미로워요. 첫째 조카가 병뚜껑을 열심히 모았거든요. 그 병뚜껑을 재활용해서 만든 독서링을 선물했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이모가 만들었다고 자랑해도 돼?”라고 이야기하는데, 참 뿌듯하더라고요.

가게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가끔 엄마와 아이들이 오기도 하거든요. 요새 아이들이 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받으니까 엄마랑 같이 와서 학교에서 배운 이야기를 나눠요. “엄마, 지구가 빨간색이래.”라는 얘기를 하면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라니 아이가 먼저 엄마에게 제품을 써보자고 조르기도 하고요. 그런 걸 보면 ‘희망이 보이는구나.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노력해야겠구나’하고 마음을 다잡게 돼요.


그리고 소소한 제품 후기들을 말씀해 주시는데, 처음에는 쓰기 어려웠는데 써보니까 좋았다고 하시는 말들이 힘이 나요. 후기를 듣는 재미가 있죠. 


이곳을 운영한다고 큰 수익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다들 알고 계세요. 저도 경제적 수익이 크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시작한 거라 큰 부담이 있는 건 아니긴 하지만 “힘들어도 버텨주세요!”라고 응원해 주시거나 고맙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말 들으면 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소소한 보람으로 가게 문을 열게 되는 것 같아요.



* 정련 | 주로 천연 섬유 속에 함유되어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들을 정련이라고 한다. 비누를 사용한 비누 정련이나 과탄산소다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경제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앞서 말했듯 큰 수익이 되지는 않아요. 그래서 프리랜서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죠. (웃음) 가게에서 나오는 수익은 월세 정도? 그렇지만 수익이 안 나더라도 아직 좋아요. 또 차차 알려지면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리라 생각하고 있고요.

판매하는 제품들이 친환경이고 원자재도 품질이 좋은 것으로 제작하다 보니 제품 단가가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들여오는 것도 꽤 돈이 들어요. 제로 웨이스트 시장도 막 만들어지는 추세라 최소 주문 수량이 정해져 있어서 대량으로 주문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그러다 보니 재고 부담의 문제가 있어서, 전국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 샵들이 함께 공동구매를 하기도 해요. 전국의 제로 웨이스트샵 운영자분들의 커뮤니티가 있는데, 이야기 나눠보면 정말로 ‘이 일을 하고 싶어서’ 뛰어든 분들이 많아요. 이익을 바라고 샵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내 삶의 모토와 방향에 대해 말해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교육 스타일이 “하고 싶은 건 일단은 해봐. 그러다가 아니다 싶으면, 안 해도 돼. 대신 후회는 하지 마.”라는 분위기였어요. 그게 자라면서 삶의 모토가 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포기가 빠르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것저것 시도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 계획을 하면 목표에 빨리 도달하는 편이에요. 첫 직장에서는 10년 정도 일하다 보니 목표를 이룬 것 같았고, 목표에 도달하니 재미가 없어지고, 허탈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또 다른 목표를 찾다가 ‘제로 웨이스트’라는 목표를 찾은 거죠.

그런데 이 일은 쉽사리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지구의 환경이 좋아지는 게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도전의식이 더 불타기도 해요.

요즘은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서 재미있어요. 가게도 뭔가 이제 반응이 오는구나 싶고요. 재미와 책임감이 함께 불타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현재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나요? 지금의 나 자신을 점검해 본다면?


‘에르마나스 이너피스’를 오픈하게 된 것도 일단 저질러보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일단 저질러 보자. 아니면 방법이 있겠지.’ 그리고 제로 웨이스트를 계속하기 위해 제가 써본 제품들이랑 추천하고 싶은 것들만 모아서 들여놓은 상태여서, 제 삶도 바꿔가면서 재미있게 살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약간의 부담감도 있어요. 아직 넓은 그릇은 안 된 것 같은데,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한 마디 뱉을 때마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자꾸 내 삶을 돌아보게 돼요. 그래서 삶에서도 더 열심히 실천하게 되고요.

소소하고 잔잔하게 오래가고 싶어요. 뭔가 거창한 건 부담스럽고요. 가게에 간판 다는 것도 한참 있다가 손님이 너무 찾기 어렵다는 말에 달게 되었어요. 로고도 친구한테 부탁해서 만들었고요. 거북이, 돌고래, 북극곰이거든요. 귀엽죠? 좀 친근하고 편하게, 소소하고 작게 오래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앞으로 나와 같은 공간을 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수익을 보고 시도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트렌드나 흐름을 타고 ‘샵 차려서 대박 나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앞으로 내 삶에서도 지속해서 실천해 보고 싶다는 분들이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가끔 손님처럼 매장에 오셔서 정보를 캐내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쪽이 뜨는 시장이긴 한데 정보가 많이 없으니까 슬쩍 오셔서 물어보시거나,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분들이 많아요. 삶에서는 전혀 실천하지는 않는데 이슈니까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신 분께는 친절하면서 단호하게 이야기하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하시면 취지에 벗어나는 것 같다’고요.


정말로 삶 속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고, 실천할 각오가 있는 분들이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크게 삶을 바꿔야 하는 거니까. 실제로 실천하시는 분들이 해야 방문자에게 설명도 더 많이 드릴 수 있고, 공감도 많이 할 수 있고, 영향력도 더 클 거고요. 그런 마음으로 함께 꾸준히 가실 분이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요?


제가 일 욕심이 많은데 아이를 키우면서 프리랜서 일도 하면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게 제일 안타까워요. 그래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생겼으면 좋겠고요.

우리나라에 세제 소분 판매에 대한 법률 제정이 미비한 상태에요. 한편에서는 용기 재사용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고요. 현재 세제 소분샵을 열기 위해서는 테스트를 봐야 하는데 굉장히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장벽이 굉장히 높아질 텐데, 그 장벽을 낮추겠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하고 아직은 전체적으로 시작 단계라 계도 기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어느 방향으로 잡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곡물을 소분해서 판매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있었고, 다양한 제안은 있는데 지금은 당장 뭘 시작하기가 어려워서 일단은 현상 유지가 목표예요.

그리고 저희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이 쉽게 들어오셨으면 하는 마음. “여기 뭐야?” 하시면서 들어오길 머뭇거리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제로 웨이스트가 많이 알려져서 '지구에 유익한 제품을 파는 다이소'처럼 여기고 편하게 오실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에르마나스 이너피스 @hermanas__2019

에디터 | 신동화 @slow_mi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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